
치악산의 '치'는 꿩 치(雉) 자입니다.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 관광공사 자료에 적혀 있어요. 치악산 남대봉 아래 상원사에서 비롯된 '은혜 갚은 꿩' 전설입니다.
원주에는 이렇게 이름에 이야기가 붙은 곳이 많습니다. 치악산 북쪽 구룡사는 아홉 마리 용이 살던 연못을 메우고 지어 '아홉 용'이었다가, 조선 중기에 거북 구(龜) 자로 이름을 바꿨어요. 문막의 800살 넘은 은행나무에는 흰 뱀이 산다는 이야기가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원주를 찾는 사람들이 먼저 가는 곳은 새로 생긴 쪽입니다. 섬강 위에 걸린 404m짜리 소금산 울렁다리, 안도 타다오가 산속에 지은 뮤지엄산. 원주 여행은 1,300년 된 이야기와 10년 남짓 된 건축을 같은 날 보는 일이에요.
명소가 서쪽 섬강 쪽과 동쪽 치악산 쪽으로 갈립니다. 어디를 어떤 순서로 보면 되는지 정리했습니다.
먼저 요약하면
| 장소 | 위치 | 이런 분께 |
|---|---|---|
| 🌉 소금산 울렁다리 | 지정면 (간현) | 스릴 · 인증샷 |
| 🏛️ 뮤지엄산 | 지정면 (오크밸리) | 건축 · 전시 |
| 🌳 반계리 은행나무 | 문막읍 | 가을 · 사진 |
| 🐉 구룡사 | 소초면 (치악산 북쪽) | 치악산 입구 · 숲길 |
| 🐦 상원사 | 신림면 (치악산 남대봉) | 산행 · 전설 |
| 🏯 원주 강원감영 | 시내 (원일로) | 시내 산책 · 역사 |
| 📚 박경리 뮤지엄 | 흥업면 | 문학 · 조용한 곳 |

위에서 내려다본 소금산 일대 — 노란 주탑의 다리 아래로 섬강이 흐릅니다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지정면 소금산길 165-1
원주 여행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이름이 소금산 출렁다리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옆에 두 배 길이의 다리가 하나 더 있어요. 소금산 울렁다리입니다.
총길이 404m, 폭 2m의 보행 현수교로 2020년에 착공해 2년여 만에 완공했습니다. 출렁다리의 이름을 이어받아 '건너는 사람 마음이 울렁거린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에요. 중간중간 유리 바닥 구간이 있어서 발밑으로 섬강이 내려다보입니다.
다리가 걸린 자리가 간현관광지입니다. 남한강 지류인 섬강과 삼산천이 합쳐지는 곳인데, 강 양쪽에 40~50m 높이의 기암이 서 있고 강변에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요. 맞은편 간현암에는 암벽 등반 바윗길이 37개 나 있습니다.
여름에는 물놀이 인파가 몰립니다. 다만 관광공사 자료는 삼산천 쪽이 물살과 수심이 수시로 바뀌어 매우 위험하다고 따로 경고하고 있어요. 아이와 가시면 물가에서 눈을 떼지 마세요.

산과 산 사이에 걸린 소금산의 다리 · 사진 한국관광공사

밤의 뮤지엄산 — 붉은 조형물 너머로 본관이 보입니다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오크밸리 안쪽 산속에 있습니다. 이름의 SAN은 공간(Space), 예술(Art), 자연(Nature)의 머리글자예요.
노출 콘크리트 건축으로 이름난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고, 빛과 공간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2013년 5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미술관 하나를 보러 원주까지 오는 사람이 생긴 이유가 이 두 이름이에요.
이곳은 건물만 보는 곳이 아닙니다. 웰컴센터에서 시작해 플라워가든, 워터가든, 본관, 명상관, 스톤가든, 제임스터렐관까지 오솔길로 이어진 동선 전체가 한 작품입니다. 본관은 사각·삼각·원형 공간이 네 개의 윙으로 이어져 있어요. 걷는 시간을 넉넉히 잡으세요.

명상관 — 콘크리트 돔의 틈으로 빛이 들어옵니다 · 사진 한국관광공사

노랗게 물든 반계리 은행나무를 위에서 본 모습 — 사람이 점처럼 보입니다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문막읍 반저리2길 42
문막읍 반계리에 서 있는 은행나무입니다. 나이는 정확히 모르지만 8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높이 약 33m, 줄기 둘레 약 16m에 가지가 동서로 37.5m까지 퍼져 있어요.
전설이 여럿 붙어 있습니다. 성주 이씨 선조가 심었다는 이야기, 지나가던 대사가 물을 마시고 꽂아 둔 지팡이가 자랐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요. 그리고 나무속에 흰 뱀이 살고 있어서 지금까지 아무도 나무를 해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에 가장 사람이 많습니다. 소금산과 같은 원주 서쪽이라 한날에 묶기 좋아요.

여러 줄기로 갈라져 올라간 은행나무 밑동 · 사진 한국관광공사

연등이 걸린 구룡사 대웅전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소초면 구룡사로 500
치악산 북쪽 입구의 절입니다. 신라 문무왕 8년(668)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는데, 지금의 대웅전 자리에 아홉 마리 용이 사는 연못이 있었고, 그걸 메워 절을 지었다고 해서 처음 이름이 아홉 용, 구룡사(九龍寺)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름의 한자는 다릅니다. 조선 중기에 거북바위 설화와 관련해 거북 구(龜) 자를 쓴 구룡사(龜龍寺)로 바꿨다고 전해요. 발음은 그대로인데 아홉이 거북이 됐습니다.
절로 가는 길 초입에 학곡마을이 있습니다. 고려 말 학자 운곡 원천석이 제자였던 태종의 부름을 끝내 거절하고 치악산에 숨자, 태종이 스승을 찾으러 수레를 타고 넘었다는 수레너머재가 이 마을에 있어요.
구룡사 가는 길에는 황장목 숲길이 있습니다. 장애가 있거나 유모차를 끄는 사람도 다닐 수 있게 만든 숲길이라 아이나 어르신과 걷기 좋습니다.

구룡사 경내의 전각 · 사진 한국관광공사

벼랑 위 산자락에 앉은 상원사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신림면 성남로 930 (신림면)
치악산 남대봉(1,182m) 기슭의 절입니다. 관광공사 자료에 치악산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은혜 갚은 꿩' 전설이 이 절에서 비롯됐다고 적혀 있어요. 치악산의 치(雉)가 꿩입니다.
산 높은 곳에 100평 남짓한 돌바닥을 다지고 세운 절이라 앉음새부터 다릅니다. 절 앞 바위틈에서 샘물이 솟고, 앞쪽 40여m 벼랑 끝에는 희귀한 계수나무 세 그루가 서 있습니다. 신라 때 창건한 것으로 추정되고, 신라 석탑 양식을 따른 쌍탑이 남아 있어요.
충주 맛집 글에서 꿩요리를 월악산·수안보 온천과 함께 충주의 3대 명물로 다뤘습니다. 충북 월악산 자락에서는 꿩을 먹고, 원주 치악산에서는 꿩이 산 이름이 된 셈이에요.
다만 남대봉 기슭이라 차를 세우고 잠깐 들르는 절은 아닙니다. 가는 길과 산행 시간은 치악산국립공원 공식 채널에서 확인하고 가세요.

눈 덮인 상원사의 석탑과 범종각 너머로 해가 뜹니다 · 사진 한국관광공사

연꽃 연못 위의 정자 — 뒤로 시내 건물이 보입니다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원일로 85
조선시대 강원도 관찰사가 일을 보던 관청입니다. 1395년(태조 4)에 설치돼 1895년(고종 32) 8도제가 폐지될 때까지 꼭 500년 동안 강원도 26개 부·목·군·현을 맡았어요. 조선 내내 강원도의 행정 중심이 원주였던 셈입니다.
1895년 이후 건물 대부분이 사라지고 선화당, 포정루, 내아 등 몇 채만 남았습니다. 시내 한가운데라 따로 시간을 내기보다 밥 먹으러 나온 길에 들르기 좋은 곳이에요.

단청이 선명한 감영 건물 안쪽 · 사진 한국관광공사

작가의 책상 — 돋보기와 펜이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흥업면 매지회촌길 79-1
소설가 박경리가 1998년부터 2008년 타계할 때까지 살았던 생애 마지막 집을 중심으로 만든 박물관입니다. 작가가 떠난 뒤 원형 그대로 보존해 오다 2021년 10월에 문을 열었어요.
작가가 쓰던 생활도구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이곳의 값입니다. 전시 공간 세 곳에서 생애와 문학을 따라가지만, 결국은 그 물건들을 보러 가는 곳이에요.
시내 토지길의 박경리문학공원과는 다른 곳입니다.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기 쉬우니 주소(흥업면 매지회촌길)를 확인하고 가세요.

박경리 뮤지엄 입구의 작가 동상 · 사진 한국관광공사
원주는 명소가 서쪽 섬강 쪽(소금산·뮤지엄산·반계리)과 동쪽 치악산 쪽(구룡사·상원사)으로 갈리고, 시내(강원감영)가 가운데 있습니다. 하루에 한쪽만 잡는 편이 낫습니다. 아래는 서쪽 하루입니다.
| 시간대 | 동선 |
|---|---|
| 오전 | 소금산 울렁다리 · 간현관광지 |
| 점심 | 간현 근처 막국수 |
| 오후 | 뮤지엄산 (걷는 시간을 넉넉히) |
| 늦은 오후 | 반계리 은행나무 (가을이면 꼭) |
치악산은 따로 하루
구룡사와 상원사는 치악산 쪽이라 위 동선과 방향이 반대입니다. 특히 상원사는 남대봉 기슭의 산속 절이라 오가는 길에 들르는 곳이 아닙니다. 치악산은 산행하는 날로 따로 잡으세요. 강원감영과 박경리 뮤지엄은 시내 쪽이라 어느 날에나 끼워 넣을 수 있습니다.
| 항목 | 내용 |
|---|---|
| 출렁다리와 울렁다리 | 다른 다리입니다. 울렁다리가 404m로 두 배 길고 유리 바닥 구간이 있습니다. 운영 시간과 요금은 공식 채널에서 확인하세요. |
| 삼산천 물놀이 | 관광공사 자료가 물살과 수심 변화가 커서 매우 위험하다고 따로 경고하는 곳입니다. 아이와 가면 특히 조심하세요. |
| 여름 계곡 | 치악산 금대계곡은 국립공원이 여름철에만 한시적으로 개방합니다. 취사·흡연·반려동물이 금지되니 개방 일시를 확인하고 가세요. |
| 고구마 이야기 | 지정면 간현리에는 영조 때 통신사로 일본에 가서 고구마 종자를 들여와 처음 재배에 성공한 조엄의 묘역이 있습니다. |
| 박경리 두 곳 | 흥업면의 박경리 뮤지엄(작가의 마지막 집)과 시내 토지길의 박경리문학공원은 다른 곳입니다. |
| 요금 · 시간 | 수시로 바뀝니다. 각 시설 공식 채널에서 방문 전 확인이 안전합니다. |
Q. 소금산 출렁다리랑 울렁다리는 뭐가 다른가요?
울렁다리가 총길이 404m로 출렁다리의 두 배이고, 중간에 유리 바닥 구간이 있습니다. 출렁다리의 이름을 이어받아 건너는 사람 마음이 울렁거린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입니다.
Q. 치악산은 왜 치악산인가요?
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신림면 상원사에서 비롯된 '은혜 갚은 꿩' 전설이 이름의 유래입니다. 치(雉)가 꿩이라는 뜻입니다.
Q. 하루에 다 볼 수 있나요?
서쪽(소금산·뮤지엄산·반계리)만 묶으면 하루가 알찹니다. 치악산 쪽은 방향이 반대라 따로 하루를 잡는 편이 낫습니다.
Q. 아이랑 가기 좋은 곳은?
간현관광지 백사장과 구룡사 가는 길의 황장목 숲길이 무난합니다. 황장목 숲길은 유모차로도 다닐 수 있게 만든 길입니다. 울렁다리는 유리 바닥 구간이 있어 아이가 무서워할 수 있습니다.
Q. 제천이랑 같이 볼 수 있나요?
됩니다. 원주 남쪽 신림면이 제천과 맞닿아 있습니다. 제천 이야기는 제천 가볼만한곳 글에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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