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가볼만한곳 — 미륵사 석탑 속 금판에 선화공주는 없었습니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은 1999년 해체를 결정하고 2019년에 다시 섰습니다. 그 해체 도중이던 2009년 1월, 탑 1층 한가운데 돌기둥 속에서 금판 한 장이 나왔어요. 절을 세운 사람과 날짜가 적힌 사리봉영기입니다.
『삼국유사』는 이 절을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가 세웠다고 전합니다. 그런데 금판이 적은 왕후는 좌평 사택적덕의 딸이었어요. 선화공주는 없었습니다. 날짜는 639년 정월 29일로 박혀 있었고요. 무왕은 부여 궁남지에서 태어났다는 전설의 주인공 서동입니다. 도읍을 사비(부여)에 두고도 익산에 궁과 큰 절을 지었어요.
그래서 익산을 도는 일은 설화와 땅이 내놓은 것을 맞춰 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설화대로 맞은 것도 있고, 어긋난 것도 있고, 아직 모르는 것도 있어요. 백제 유적과 박물관, 김대건 신부가 닿은 강가의 성당과 ㄱ자 예배당, 옹기 마당까지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먼저 요약하면
- 미륵사지 서탑에서 2009년 나온 금판에는 절을 세운 왕후가 사택적덕의 딸로 적혀 있습니다. 선화공주 설화와 어긋나 지금도 논쟁 중이에요.
- 미륵사지와 국립익산박물관이 붙어 있고 왕궁리 유적·쌍릉이 가까워 백제 유적만 돌아도 하루입니다.
- 나바위 성당·두동교회·교도소세트장·고스락은 서북쪽 금강 쪽에 모여 있어 따로 반나절을 잡으세요.
일단 한눈에 보고 가시죠
| 장소 | 위치 | 이런 분께 |
|---|---|---|
| 🗼 미륵사지 | 금마면 (미륵산 아래) | 백제 · 첫 코스 |
| 🏛️ 국립익산박물관 | 금마면 (미륵사지 옆) | 사리장엄구 · 비 오는 날 |
| 👑 왕궁리 유적 | 왕궁면 | 백제 왕궁 터 · 산책 |
| ⚱️ 익산 쌍릉 | 석왕동 (시내 동쪽) | 역사 · 짧은 산책 |
| ⛪ 나바위 성당 | 망성면 (금강변) | 건축 · 조용한 성지 |
| 🏠 두동교회 | 성당면 | 건축 · 짧게 들르기 |
| 🎬 교도소세트장 | 성당면 | 영화·드라마 촬영지 |
| 🏺 고스락 | 함열읍 | 산책 · 사진 · 장 구경 |
1. 🗼 미륵사지 — 하룻밤에 못을 메워 지었다는 절

20년 수리를 마치고 다시 선 미륵사지 서탑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금마면 미륵사지로 362
『삼국유사』에 전하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무왕과 왕비가 사자사로 가다 용화산 아래 큰 못가에 이르자 미륵삼존이 물속에서 나타났고, 왕비가 그 자리에 큰 절을 짓자고 청했어요. 지명법사가 하룻밤 사이에 산을 허물어 못을 메웠고, 전각과 탑과 회랑을 세 곳에 따로 세웠다고 합니다.
발굴해 보니 정말 셋이었습니다. 동원·중원·서원 세 구역마다 탑과 금당이 한 줄로 서는 '3탑 3금당' 절로, 설화가 말한 짜임이 1,300여 년 뒤 땅속에서 그대로 드러난 셈이에요. 무왕 때 세운 백제 최대의 절이었습니다.
서탑은 우리나라 석탑 가운데 가장 크고, 만든 해가 확실한 석탑 가운데 가장 이른 탑(국보)입니다. 1915년 일제가 무너진 면에 콘크리트를 덧씌워 버티게 했는데, 1999년 해체를 결정하고 콘크리트 185톤을 걷어냈어요. 옛 돌에 붙은 것은 치과용 드릴로 하나씩 갈아냈다고 합니다. 남아 있던 6층까지만 다시 쌓아 2019년에 섰으니 꼬박 20년이 걸렸고, 금판 사리봉영기가 나온 것도 이 해체 도중이었어요.
오른쪽의 하얀 구층탑은 1993년에 새로 쌓은 동탑입니다. 2년 만에 9층을 올린 이 탑을 두고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20세기 최악의 복원'이라고 했어요. 한 절터에서 두 가지 복원을 나란히 보는 셈입니다.

미륵산 아래 나란히 선 동탑(오른쪽)과 서탑 · 사진 한국관광공사
2. 🏛️ 국립익산박물관 — 탑 속에서 나온 금판을 봅니다

미륵사 모형 — 탑 셋과 금당 셋이 나란히 섰던 절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금마면 미륵사지로 362
미륵사지 바로 옆에 2020년 1월 새 건물로 문을 연 박물관입니다. 서탑에서 나온 사리장엄구를 여기서 봐요. 가로 15.5㎝ 금판 앞뒤에 193자를 새긴 사리봉영기, 사리를 담았던 금동 항아리와 금 항아리까지 아홉 점이 2022년 국보가 됐습니다.
금판이 나온 탑과 그 금판을 같은 자리에서 차례로 볼 수 있는 곳은 드뭅니다. 전시실의 미륵사 전체 모형으로 탑 셋과 금당 셋이 놓인 모습을 먼저 보고 절터로 나가면, 넓은 빈터가 훨씬 잘 읽혀요.

유리 진열장 한가운데 놓인 금동 그릇 · 사진 한국관광공사
3. 👑 왕궁리 유적 — 궁궐 터에서 가장 사람 냄새 나는 발견은 화장실

왕궁리 유적 — 건물 기둥 자리 표시 너머로 오층석탑이 보입니다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왕궁면 궁성로 666
처음엔 백제 절터인 줄 알고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큰 건물 터와 정원, 금속과 유리를 다루던 공방이 잇따라 나오면서 무왕 때의 왕궁으로 보게 됐어요. 동서 약 240m, 남북 약 490m의 네모난 담장이 궁을 둘렀습니다.
2003년에 나온 구덩이는 처음에 저장고로 여겼습니다. 흙을 분석하니 기생충 알이 쏟아졌고 뒤처리에 쓴 나무막대까지 나와 1,400년 전 공동화장실로 밝혀졌어요. 공방 일꾼들이 함께 쓴 것으로 봅니다.
궁 터 한쪽에 오층석탑(국보)이 섰습니다. 1965년 수리하다 탑 안에서 금판 19장에 새긴 『금강경』이 나왔는데, 탑을 세운 때는 백제 말부터 고려 초까지 견해가 갈려요. 무왕이 익산으로 도읍을 옮기려 했다는 기록과 흔적도 있지만, 실제로 옮겼는지는 아직 논쟁 중입니다. 옆 백제왕궁박물관을 먼저 들르면 빈 잔디밭이 읽힙니다.

궁 터에 선 왕궁리 오층석탑 · 사진 한국관광공사
4. ⚱️ 익산 쌍릉 — 101년 만에 다시 꺼낸 뼈 한 상자

솔숲 속에 앉은 쌍릉의 봉분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쌍능길 65 (석왕동)
북쪽의 큰 무덤(대왕릉)과 180m 떨어진 남쪽의 작은 무덤(소왕릉)을 오래전부터 무왕과 왕비의 무덤으로 전해 왔습니다. 1917년 일본인 조사자가 이미 도굴된 무덤을 열고 뼈를 나무상자에 담아 돌방 안에 두고 갔어요.
2018년 다시 발굴하다 그 상자를 찾았습니다. 101년 만에 분석해 보니 50대 이상, 60~70대로 보는 노년 남성이었고 키는 당시로선 큰 편이었어요. 죽은 때도 620~659년 사이로 나와 641년에 세상을 떠난 무왕과 맞았습니다.
소왕릉의 주인은 아직 모릅니다. 설화 속 선화공주인지, 금판의 사택왕후인지는 미륵사 금판과 같은 질문으로 남았어요.
5. ⛪ 나바위 성당 — 한 건물에 세 나라 손이 탔습니다

기와를 얹은 한옥 몸체에 벽돌 종탑을 붙인 나바위 성당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망성면 나바위1길 146
1845년 8월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인 첫 사제가 된 김대건 신부는 라파엘호를 타고 서해를 건너 10월 이 근처 금강 가에 닿았습니다. 그 상륙을 기념해 프랑스인 베르모렐 신부가 1906년 짓기 시작해 이듬해 완공한 성당이에요.
지은 사람들은 중국인 장인이었고, 모양은 한옥이었습니다. 1916년부터 이듬해까지 흙벽을 벽돌로 바꾸고 고딕풍 종탑을 붙여 지금 모습이 됐어요. 겉은 한옥, 안은 서양 초기 교회의 긴 예배 공간입니다. 개항기에 지은 한식 목조 성당 가운데 지금까지 남은 건 여기 하나예요.

나바위 성당 종탑 정면 · 사진 한국관광공사
6. 🏠 두동교회 — 남녀가 서로 못 보게 꺾은 예배당

두동교회 옛 본당 — 1929년에 지은 한옥 예배당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성당면 두동길 17-1
1964년에 지은 벽돌 교회 옆에 1929년의 한옥 예배당이 남아 있습니다. 건물이 ㄱ자로 꺾여 있어요. 꺾이는 모서리에 강단을 두고 예배 때 휘장을 쳐서, 남자와 여자가 서로 얼굴을 볼 수 없게 한 설계입니다.
서양 종교가 남녀유별에 맞춰 몸을 꺾은 셈이에요. 이런 ㄱ자 교회는 전국에 여럿 있었지만 지금 남은 건 김제 금산교회와 이곳 두 채뿐입니다. 나바위 성당과 차로 가까워 한옥 성당과 한옥 교회를 이어서 볼 수 있어요.

새 벽돌 교회 옆에 남은 옛 본당 · 사진 한국관광공사
7. 🎬 교도소세트장 — 「7번방의 선물」의 감방은 원래 학교였습니다

감시탑과 높은 담장이 둘러싼 교도소세트장 운동장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성당면 함낭로 207
2005년, 문 닫은 성당초등학교 남성분교 자리에 지은 국내 유일의 교도소 세트장입니다.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을 감시탑과 높은 담장이 둘러쌌어요. 첫 촬영작은 영화 「홀리데이」였고, 이후 「7번방의 선물」과 드라마 「아이리스」 같은 작품이 여기서 교도소 장면을 찍었습니다.
배우 대기실 같은 별관은 옛 학교 건물을 고쳐 써서 분교 시절 흔적도 남아 있어요. 두동교회와 같은 성당면이라 한 번에 묶으면 됩니다.
8. 🏺 고스락 — 옹기 4,000여 개가 줄지어 섰습니다

넓은 마당에 줄지어 선 고스락의 장독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함열읍 익산대로 1424-14
'고스락'은 순우리말로 '으뜸', '최고'라는 뜻입니다. 함열읍의 전통 발효식품 농장으로, 소나무 숲을 뒤에 두고 3만여 평 마당에 전통 옹기 4,000여 개를 늘어놓았어요. 국산 유기농 원료로 장을 담가 자연 발효시킵니다.
장독 사이로 길이 나 있어 줄지어 선 옹기를 걸으며 봅니다. 나바위 성당·두동교회·교도소세트장과 같은 익산 서북쪽이라 한 방향으로 묶어요.

고스락 입구 건물 · 사진 한국관광공사
그래서, 하루 코스로 묶으면
익산 명소는 두 갈래입니다. 동쪽 금마면·왕궁면에 백제 유적이 모여 있고, 서북쪽 금강 쪽 망성면·성당면·함열읍에 성당과 교회, 세트장, 옹기 마당이 있어요. 하루에 한 갈래씩 도는 편이 운전이 짧습니다.
| 시간대 | 동선 |
|---|---|
| 오전 | 국립익산박물관 → 미륵사지 (금마면) |
| 오후 | 왕궁리 유적 → 익산 쌍릉 |
| 둘째 날 오전 | 나바위 성당 → 두동교회 |
| 둘째 날 오후 | 교도소세트장 → 고스락 |
박물관을 먼저
미륵사지는 넓은 빈터에 탑 둘이 선 곳이라 그냥 보면 무엇이 어디 있었는지 잘 안 보입니다. 바로 옆 국립익산박물관에서 모형과 사리봉영기를 먼저 보고 절터로 나가세요.
이건 알고 가세요
| 항목 | 내용 |
|---|---|
| 세계유산 |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랐습니다. 공주 두 곳, 부여 네 곳과 함께 여덟 곳이 한 묶음이에요. |
| 서동이 태어난 못 | 『삼국유사』는 무왕의 어머니가 '서울 남쪽 못가'에 살았다고 적었습니다. 부여는 그 못을 궁남지로, 익산은 금마면 서동 생가터 옆 마룡지로 봐요. 금마면 서동공원에는 서동과 선화공주 조각이 서 있습니다. 궁남지 이야기는 부여 가볼만한곳 글에 있어요. |
| 아가페정원 | 황등면에 있습니다. 1970년 서정수 신부가 양로원을 세우고 어르신들을 위해 심기 시작한 나무가 50년 만인 2021년 민간정원으로 바깥에 열렸어요. 메타세쿼이아 길이 곧게 뻗어 있습니다. |
| 보석박물관 | 1973년 이리가 수출자유지역이 되고 1975년 귀금속 단지가 들어서면서 익산은 보석 가공 도시가 됐습니다. 왕궁면 보석박물관(2002)은 국내 유일의 보석 전문 박물관이에요. |
| 요금 · 시간 | 수시로 바뀝니다. 방문 전 각 시설 공식 채널에서 확인하세요. |
이런 거 궁금하시죠
Q. 미륵사지는 얼마나 걸려요?
절터가 넓어 한 바퀴에 시간이 꽤 듭니다. 옆 국립익산박물관까지 넣으면 반나절을 잡으세요.
Q. 선화공주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가요?
13세기 『삼국유사』의 설화이고, 7세기 금판에는 사택적덕의 딸인 왕후가 적혀 있습니다. 선화공주를 부정하는 견해, 여러 왕비가 함께 지었다는 견해, 차례로 지었다는 절충설이 있어 학계도 아직 결론을 내지 않았어요.
Q. 밥은 어디서 먹어요?
미륵사지를 보는 날엔 금마면 두부집이, 아가페정원에 가는 날엔 1931년부터 비빔밥을 내는 황등 진미식당이 가깝습니다. 익산 맛집 글에 동네별로 정리했어요.
Q. 아이와 가기 좋은 곳은?
모형과 금판을 보는 국립익산박물관, 영화 속 교도소를 걷는 교도소세트장이 아이와 보기 좋습니다.
Q. 군산과 묶어도 되나요?
군산이 익산 바로 서쪽이라 차로 금방입니다. 군산은 1899년 개항 뒤 쌀을 실어 내던 항구 도시라, 백제 유적을 본 다음 근대 거리로 넘어가는 여행이 돼요. 자세한 건 군산 가볼만한곳 글에 있습니다.
Q. 공주·부여와 같이 가도 되나요?
세 도시가 백제역사유적지구로 묶여 있습니다. 공주에서 부여를 거쳐 익산으로 내려오면 웅진, 사비, 그리고 무왕의 익산 순서로 이어져요. 공주 이야기는 공주 가볼만한곳 글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