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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가볼만한곳 — 청풍호 아래 잠긴 마을 이야기

가볼만한곳

by 나들이지기 2026. 9. 1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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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를 호서(湖西)지방이라고도 부릅니다. 호수의 서쪽이라는 뜻인데, 그 기준이 되는 호수가 어디인지는 잘 안 알려져 있어요. 제천 의림지입니다.

삼한시대에 쌓은 저수지가 아직도 제천 들판에 물을 대고 있습니다. 2천 년 가까이 현역인 시설이에요.

제천에는 물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청풍호입니다. 이건 자연 호수가 아니라 1985년 충주댐이 물을 막으면서 생긴 인공 호수예요. 그 자리에 있던 마을들은 물에 잠겼고, 옮길 수 있는 문화재만 언덕 위로 건져 올렸습니다.

그러니까 제천을 하루 도는 건 2천 년을 버틴 물과 40년 전에 생긴 물을 같은 날에 보는 일입니다. 어디를 어떤 순서로 봐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먼저 요약하면

  • 충청도의 '호서'가 의림지에서 나온 말입니다. 삼한시대 저수지가 지금도 농업용수를 공급합니다.
  • 청풍호는 1985년 충주댐이 만든 인공 호수입니다. 한벽루를 비롯한 문화재는 수몰 전에 옮겨 세운 것입니다.
  • 명소가 남북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청풍호 쪽만 묶으면 하루로 떨어지고, 배론 성지와 박달재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일단 한눈에 보고 가시죠

장소 위치 이런 분께
🌊 의림지 모산동 제천에서 딱 한 곳만 본다면
🏯 청풍 문화재단지 청풍면 역사 좋아하시면
🚡 청풍호반 케이블카 청풍면 사진 한 장은 건지고 싶다면
🌉 옥순봉 출렁다리 수산면 스릴 · 인증샷
⛰️ 금월봉 금성면 짧게 들르기 좋은 곳
배론 성지 봉양읍 조용히 걷고 싶다면
🛣️ 박달재 봉양읍 · 백운면 드라이브 삼아

1. 🌊 의림지 — 충청도를 '호서'라 부르는 그 호수입니다

소나무에 둘러싸인 의림지 호반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북도 제천시 의림지로 33

지역 이름의 근거가 되는 저수지가 제천에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의외로 적어요.

삼한시대에 쌓았습니다.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삼한 3대 수리시설로 꼽힙니다. 신라 진흥왕 때 악성 우륵이 개울을 막아 둑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전하고, 그로부터 700년 뒤 현감 박의림이 다시 견고하게 쌓았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집니다.

놀라운 건 아직도 현역이라는 점입니다. 둘레 1.8km, 수심 8~13m의 이 저수지가 지금도 제천 들판에 농업용수를 대고 있습니다. 물이 빠져나가는 수구를 옹기로 쌓아서, 당시 농업기술을 연구하는 자료로도 쓰입니다.

정작 가보면 유적지 느낌은 거의 안 납니다. 수백 년 자란 소나무와 수양버들, 순조 7년(1807)에 세운 영호정과 1948년에 지은 경호루가 물가에 서 있는, 잘 가꾼 호숫가 공원에 가까워요. 한 바퀴 도는 데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알고 보느냐 모르고 보느냐로 갈리는 곳입니다.

의림지 · 사진 한국관광공사

2. 🏯 청풍 문화재단지 — 물에 잠길 마을에서 건져 올린 것들입니다

청풍 문화재단지로 옮겨 세운 한벽루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북도 제천시 청풍면 청풍호로 2048

1985년 충주댐이 완공되면서 청풍면 일대가 물에 잠겼습니다. 지금 보는 청풍호가 그때 차오른 물이에요.

마을은 잠겼지만 옮길 수 있는 것은 건져 올렸습니다. 문화재를 뜯어 언덕 위에 다시 세운 곳이 여기입니다. 그러니까 이 단지는 '지어 놓은 민속촌'이 아니라 실제로 물속에 있었을 건물들입니다.

대표가 한벽루입니다. 고려 충숙왕 4년(1317), 청풍 출신 승려 청공이 왕사가 되면서 청풍현이 군으로 승격됐고, 이를 기념해 객사 동쪽에 세운 누각이에요. 현판은 우암 송시열의 친필입니다. 밀양 영남루, 남원 광한루와 함께 본채 옆에 작은 부속채가 딸린 조선 누각의 대표로 꼽히는데, 셋 중 가장 간결하고 단아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이 건물은 1872년 대홍수로 무너진 것을 1875년에 복원했고, 110년 뒤 수몰을 앞두고 통째로 옮겨졌습니다. 한 번은 물에 쓸려 가고 한 번은 물을 피해 올라온 셈이에요. 그 사연을 알고 누각에 올라 호수를 내려다보면 보이는 게 좀 달라집니다.

청풍 문화재단지 · 사진 한국관광공사

3. 🚡 청풍호반 케이블카 — 잠긴 마을 위를 10분간 지나갑니다

비봉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청풍호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북도 제천시 청풍면 문화재길 166 (청풍면)

청풍면 물태리에서 비봉산 정상까지 2.3km를 약 10분에 오릅니다. 봉황이 알을 품고 있다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비봉산이에요. 해발 531m로 높지 않은데, 호수 한가운데 솟아 있어서 정상 풍경이 다도해처럼 보입니다.

국내 최초로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올라가는 곳이라 아이나 어르신과 함께 가도 부담이 없습니다. 다만 발밑으로 보이는 그 물이 40년 전까지 마을이었다는 걸 떠올리면 풍경이 조금 다르게 읽힙니다.

청풍호반 케이블카 · 사진 한국관광공사

4. 🌉 옥순봉 출렁다리 — 제천에서 가장 최근에 생긴 명소

청풍호 수면 위로 놓인 옥순봉 출렁다리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북도 제천시 수산면 옥순봉로 342-1

2021년 10월에 열었습니다. 제천 10경 중 하나인 옥순봉을 호수 수면 높이에서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자리예요. 다리를 건너는 스릴이 있고, 이어지는 데크로드와 트래킹길까지 묶어 한 바퀴 돌 수 있습니다.

제천 명소 중에서는 가장 젊습니다. 의림지가 2천 년, 한벽루가 700년인 동네에서 이제 몇 년 된 다리라는 게 묘하게 대비돼요.

옥순봉 출렁다리 · 사진 한국관광공사

5. ⛰️ 금월봉 — 시멘트 공장이 흙을 파다 발견했습니다

채석장에서 드러난 금월봉의 기암괴석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북 제천시 금성면 월굴리 산14-1

1993년, 시멘트 제조용 점토를 캐던 채석장에서 땅속 기암괴석 무리가 드러났습니다. 모양이 금강산 만물상을 빼닮았다고 해서 '작은 금강산'으로 불리다가, 제천시가 이름을 공모해 금월봉이 됐어요.

자연이 만든 것도,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닌 애매한 이력의 바위산입니다. 규모가 크지 않아 오래 걸리지 않으니 청풍호로 넘어가는 길에 잠깐 들르기 좋습니다.

금월봉 · 사진 한국관광공사

6. ⛪ 배론 성지 —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학교가 여기 있었습니다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배론 성지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배론성지길 296

박해를 피해 숨어든 천주교 신자들이 모여 살던 골짜기입니다. 산세가 배 밑바닥을 닮았다고 배론이에요. 조선 후기 천주교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자리입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황사영이 이곳 토굴에 숨어 백서를 썼습니다. 조선의 박해 상황을 흰 비단에 적어 베이징 주교에게 보내려던 문서인데, 전달되기 전에 발각됐습니다.

그리고 1855년부터 1866년까지 여기에 배론 신학교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으로 봅니다. 한국인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의 묘, 병인박해 순교자 남종삼의 생가도 이 안에 있어요.

지금은 소나무 숲길이 아주 좋은 곳입니다. 종교와 상관없이 걷기 좋은 자리인데, 이 숲이 무슨 자리였는지 알고 걸으면 조용함의 결이 달라집니다. 성지순례객이 사철 끊이지 않습니다.

배론 성지 · 사진 한국관광공사

7. 🛣️ 박달재 — '울고 넘는' 이 왜 붙었는지 아세요?

목각 조각이 늘어선 박달재 고갯마루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북도 제천시봉양읍 원박리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고개입니다. 그런데 '울고 넘는 박달재'라는 말의 유래는 조금 다르게도 전합니다. 옛날에는 박달재와 다릿재를 넘으려면 걸어서 며칠이 걸렸어요. 그래서 시집가는 새색시가 친정이 그리워도 다시는 갈 수 없다는 슬픔에 눈물을 쏟는다고 해서 울고 넘는 고개가 됐다고 합니다.

'박달'은 순우리말입니다. 밝다, 크다, 하얗다, 높다, 성스럽다는 뜻을 두루 담고 있어요. 근처에 천등산·인등산·지등산이 함께 있어 천지인이 갖춰진 자리라고도 합니다.

고갯마루에 목각공원이 있습니다. 수백 년 된 느티나무에 불상을 새긴 목굴암과 오백나한상 전시관이 볼만해요. 지금은 아래로 길이 뚫려 차가 굳이 넘지 않으니 정상이 조용합니다.

박달재 · 사진 한국관광공사


그래서, 하루 코스로 묶으면

흩어진 명소를 위치 순서대로 꿰면 이렇게 됩니다. 이 순서대로만 돌면 운전 시간이 확 줄어요.

시간대 동선
오전 의림지 산책 → 금월봉
점심 청풍면 일대
오후 청풍 문화재단지 → 청풍호반 케이블카
늦은 오후 옥순봉 출렁다리

여기서 갈립니다

배론 성지와 박달재는 시내 서쪽이라 위 동선과 방향이 반대입니다. 다 넣으면 차 안에서 하루가 끝나요. 둘 중 하나만 골라 오가는 길에 끼워 넣으시는 편이 낫습니다.

이건 알고 가세요

항목 내용
이동 시간 명소 사이가 차로 20~40분씩 걸립니다. 하루 네다섯 곳이 적당합니다.
케이블카 바람이 세면 운행을 멈춥니다. 출발 전에 확인하세요.
성수기 청풍호 단풍철에는 주차부터 어렵습니다. 아침 일찍 움직이는 편이 낫습니다.
요금 · 시간 수시로 바뀝니다. 각 시설 공식 채널에서 방문 전 확인이 안전합니다.

이런 거 궁금하시죠

Q. 하루에 다 볼 수 있나요?

청풍호 쪽(문화재단지 · 케이블카 · 출렁다리)만 묶으면 여유롭습니다. 의림지까지 넣으면 조금 빠듯하고, 배론 성지와 박달재까지 욕심내면 1박이 편합니다.

Q. 청풍호가 충주호랑 같은 건가요?

같은 물입니다. 1985년 충주댐이 남한강을 막아 생긴 호수인데, 충주에서는 충주호, 제천에서는 청풍호라고 부릅니다. 부르는 이름이 지역마다 다를 뿐이에요.

Q. 뚜벅이도 가능한가요?

권하기 어렵습니다. 명소가 흩어져 있는데 버스 배차가 촘촘하지 않아 기다리는 데 하루가 갑니다. 자차나 렌터카를 추천합니다.

Q. 아이와 가기 좋은 곳은?

케이블카와 출렁다리는 대체로 실패가 없습니다. 의림지는 유모차로도 한 바퀴 돌 수 있습니다.

Q. 언제 가는 게 좋아요?

청풍호는 가을이 압도적입니다. 대신 사람이 몰리니, 한적하게 보고 싶으면 늦봄에서 초여름 평일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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