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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가볼만한곳 — 백제 탑에 백제를 무너뜨린 장수의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가볼만한곳

by 나들이지기 2026. 9. 1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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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시내 한가운데 정림사지 오층석탑이 서 있습니다. 1층 몸돌을 가까이서 보면 네 면에 한자가 빼곡해요. 660년 8월, 백제를 무너뜨린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새긴 승전문입니다.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 도읍 사비입니다. 538년 성왕이 공주(웅진)에서 도읍을 옮기며 나라 이름을 '남부여'로 바꿨고, 660년 나라가 무너질 때까지 여기 있었어요. 무너진 뒤의 백제 이야기는 이긴 쪽이 먼저 새겼고, 그 위에 전설과 시가 덧칠됐습니다. 흔히 듣는 '삼천궁녀'도 800여 년 뒤 조선 시인의 시에서 나온 말이에요.

백제 자신의 기록은 땅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1993년 주차장을 짓기 전 마지막 조사에서 진흙에 묻힌 향로가 나왔고, 2년 뒤에는 '창왕 13년'이라고 새긴 돌 사리감이 나왔어요. 부여를 도는 일은 이 두 가지 기록을 번갈아 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어디를 어떤 순서로 보면 좋은지 정리했어요.

먼저 요약하면

  • 정림사지 오층석탑에는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장수 소정방의 승전문이 새겨져 있어 오랫동안 '평제탑'으로 불렸습니다.
  •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는 1993년 왕릉원 옆 절터의 진흙 구덩이에서 나왔고, 지금은 국립부여박물관의 전용 전시관에 있습니다.
  • 정림사지·박물관·궁남지·부소산성이 시내에 모여 있어 하루면 충분합니다. 백제문화단지와 가림성은 차로 따로 갑니다.

일단 한눈에 보고 가시죠

장소 위치 이런 분께
🗼 정림사지 오층석탑 부여읍 시내 백제 · 첫 코스
⛰️ 부소산성 · 낙화암 부여읍 쌍북리 (백마강변) 숲길 산책 · 강 전망
🪷 궁남지 부여읍 동남리 연꽃 · 산책 · 사진
👑 부여 왕릉원 부여읍 능산리 (시내 동쪽) 역사 · 조용한 잔디밭
🏛️ 국립부여박물관 부여읍 동남리 금동대향로 · 비 오는 날
🏯 백제문화단지 규암면 (백마강 건너) 아이와 · 백제 궁궐 재현
🌳 가림성 · 사랑나무 임천면 (성흥산) 노을 · 사진 · 드라마 촬영지
🛕 무량사 외산면 (만수산) 조용한 절 · 하루 더

1. 🗼 정림사지 오층석탑 — 백제 탑에 백제를 무너뜨린 장수의 글이 있습니다

정림사지 오층석탑과 뒤편 강당 — 절은 사라지고 탑이 남았습니다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정림로 83

사비 도성 한가운데 있던 절의 탑입니다. 중문과 탑, 금당, 강당이 남북으로 한 줄로 늘어선 절이었는데 건물은 모두 사라지고 높이 8m 남짓한 돌탑 하나가 남았어요. 국보이고,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의 하나로 세계유산에 올랐습니다.

탑 1층 몸돌 네 면에는 글자가 빼곡합니다. 백제가 무너진 660년 8월,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새긴 승전문 '대당평백제국비명'이에요. 의자왕과 태자, 대신 700여 명을 당으로 끌고 갔다는 내용까지 적혀 있습니다. 백제 사람이 세운 탑에 이긴 쪽의 자랑이 새겨진 셈이라, 이 탑은 오랫동안 '백제를 평정한 탑', 평제탑으로 불렸어요. 한 달 전인 7월에는 계백의 결사대가 황산벌에서 마지막 싸움을 치렀습니다. 그 벌판은 논산 가볼만한곳 글에 있어요.

제 이름을 찾아 준 건 기와 조각 하나였습니다. 1940년대 초 절터를 발굴하다 '태평 8년 무진 정림사'라는 글씨가 찍힌 고려 때(1028년) 기와가 나왔고, 그제야 이 절이 정림사였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옛 강당 자리에는 고려 때 석불좌상(보물)이 앉아 있고, 옆에 정림사지박물관이 있습니다.

밤 조명을 받은 오층석탑 · 사진 한국관광공사

2. ⛰️ 부소산성 · 낙화암 — 『삼국유사』엔 '삼천궁녀'가 없습니다

낙화암 바위 위에 선 백화정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쌍북리

부소산은 사비 왕궁 바로 뒤의 낮은 산입니다. 평소엔 왕궁의 뒤뜰이었고, 적이 오면 산을 두른 성벽이 마지막 방어선이 됐어요. 산 아래 관북리 유적이 왕궁 터로 추정되고,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이 한 묶음으로 세계유산에 올랐습니다.

숲길을 따라 북쪽 끝까지 가면 백마강으로 떨어지는 절벽이 나옵니다. 백제가 무너질 때 여인들이 몸을 던졌다는 낙화암이에요. 그런데 『삼국유사』가 옮겨 적은 옛 기록에서 이 바위의 이름은 타사암, '떨어져 죽은 바위'입니다. 떨어진 사람도 궁녀가 아니라 '후궁들'이고 숫자는 없어요.

후궁이 궁녀로 바뀌고, 그 궁녀를 꽃에 빗대면서 낙화암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삼천궁녀'의 삼천은 한참 뒤에 생겼어요. 디지털부여문화대전은 이 표현이 조선 성종 때(1484) 김흔의 시에 처음 나온다고 적고, 과장이라고 봅니다.

절벽 아래 강가에는 벼랑의 고란초에서 이름을 딴 작은 절 고란사가 있습니다. 그 아래 나루에서 황포돛배를 타면 백마강을 따라 구드래나루로 내려와요.

벚꽃 아래 강가 나루에 댄 황포돛배 · 사진 한국관광공사

3. 🪷 궁남지 — 1,400년 전 조경 설계가 한 줄로 남은 연못

연못 가운데 섬의 포룡정으로 건너가는 나무다리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궁남로 52

궁남지는 '궁의 남쪽 연못'이라는 뜻입니다. 『삼국사기』 무왕 35년(634) 조에 이렇게 적혀 있어요. 3월에 궁 남쪽에 못을 파고 물을 20여 리 끌어들였다. 네 언덕에 버드나무를 심고 못 가운데 섬을 만들어 방장선산을 본떴다. 판 달과 물길, 심은 나무까지 적혀 있는 셈이라, 기록이 남은 가장 오래된 인공 연못으로 꼽힙니다.

무왕은 신라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으려고 '서동요'를 퍼뜨렸다는 그 서동이에요. 『삼국유사』에는 무왕의 어머니가 서울 남쪽 못가에 살다 그 못의 용과 정을 통해 무왕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그 못을 궁남지로 보기도 합니다.

지금의 연못은 1960년대에 바닥을 다시 파서 만든 것이고, 둘레에 연밭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매년 7월 이 일대에서 부여서동연꽃축제가 열려요. 가운데 섬의 포룡정까지 나무다리로 건너갈 수 있습니다.

포룡정 안에서 내다본 연못과 분수 · 사진 한국관광공사

4. 👑 부여 왕릉원 — 주차장을 짓기 전 마지막 조사에서 향로가 나왔습니다

솔숲 앞에 나란히 놓인 백제 왕릉 봉분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왕릉로 61

사비 시기 백제 왕실의 무덤들입니다. 도성을 두른 바깥 성벽(나성) 바로 밖에 자리 잡았는데, 산 사람의 도시는 성 안에 두고 죽은 왕들은 성 밖에 모신 거예요. 봉분들이 솔숲 앞 잔디밭에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무덤보다 옆 절터가 더 유명합니다. 1993년 12월, 왕릉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한 주차장 부지를 사전 조사하던 막바지에 절터 공방의 물 담는 구덩이에서 진흙에 파묻힌 향로가 나왔어요.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입니다.

2년 뒤 같은 절터의 목탑 자리에서 돌로 만든 사리감이 나왔습니다. 거기 새겨진 글이 '창왕 13년, 공주가 사리를 공양했다'예요. 창왕은 위덕왕이고 그해는 567년이니, 이 절이 왕실이 세운 절이라는 것이 백제 사람의 글씨로 확인된 겁니다. 성왕의 명복을 빌던 절로 봐요.

그 두 유물 덕분에 이곳은 2021년 '능산리 고분군'에서 '부여 왕릉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같은 날 공주 송산리 고분군도 '무령왕릉과 왕릉원'이 됐어요.

돌로 짠 무덤 입구 — 안은 막혀 있습니다 · 사진 한국관광공사

5. 🏛️ 국립부여박물관 — 향로 한 점을 위해 전시관을 따로 지었습니다

국립부여박물관의 백제 금동대향로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금성로 5

왕릉원 절터 진흙에서 나온 백제 금동대향로가 여기 있습니다. 뚜껑 꼭대기에 봉황이 서 있고, 겹겹의 산봉우리 사이로 신선과 짐승, 악기를 든 악사 다섯이 새겨져 있어요. 받침은 용입니다.

박물관은 2025년 12월 이 향로 한 점만을 위한 전시관 '백제대향로관'을 열었습니다. 국보 한 점을 위해 전시관을 따로 짓는 일은 드물어요. 궁남지와 정림사지가 가까워 셋을 한 동선으로 묶기 좋고, 실내라 비 오는 날 코스로도 맞습니다.

국립부여박물관 정문 · 사진 한국관광공사

6. 🏯 백제문화단지 — 땅 밑에서 찾은 절을 같은 크기로 다시 세웠습니다

하늘에서 본 백제문화단지의 능사와 오층 목탑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455

지금 부여에 남은 백제는 대부분 터와 주춧돌입니다. 2010년 문을 연 백제문화단지는 그 위에 건물을 다시 세워 보인 곳이에요. 사비 시대 왕궁 사비궁은 삼국시대 왕궁을 국내에서 처음 재현한 것이고, 한성 시기 도읍 위례성과 계층별 집을 지은 생활문화마을도 있습니다.

눈여겨볼 건 능사입니다. 향로와 사리감이 나온 왕릉원 옆 절을 발굴된 터와 같은 규모로 지었고, 관광공사는 그 오층 목탑을 우리나라에서 처음 복원한 백제 목탑이라고 소개해요. 정림사지에서 돌탑을 보고 왔다면 백제 목탑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여기서 보입니다.

다만 사비궁은 재현입니다. 진짜 왕궁 터는 부소산 아래 관북리의 발굴 현장이에요. 백마강 건너 규암면에 있어 시내에서 차로 가야 합니다.

밤 조명이 켜진 사비궁 정양문 · 사진 한국관광공사

7. 🌳 가림성 · 사랑나무 — 성을 맡은 신하가 그해 왕을 죽였습니다

해 질 무렵 가림성 성벽 끝에 선 느티나무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남도 부여군 임천면 성흥로97번길 167

성흥산 꼭대기의 가림성은 『삼국사기』에 동성왕 23년(501) 8월에 쌓고 위사좌평 백가에게 지키게 했다고 적힌 산성입니다. 옛 이름과 쌓은 해를 확실히 아는 백제 산성은 이곳뿐이라고 해요.

성을 맡은 백가는 병을 핑계로 가지 않으려다 허락을 받지 못하자 원한을 품었습니다. 그해 11월 사냥 나온 동성왕에게 자객을 보냈고, 왕은 12월에 세상을 떠났어요. 백가는 이 성에 기대 반란을 일으켰다가 다음 왕에게 진압됩니다. 그 왕이 공주 무령왕릉의 주인 무령왕이에요.

요즘 사람들이 이 산에 오르는 이유는 성벽 끝의 느티나무입니다. 400여 년 된 나무로, 가지가 한쪽으로 뻗은 모양이 하트 반쪽 같다고 해서 '사랑나무'라 불러요. 2021년 천연기념물이 됐고 드라마 「서동요」를 여기서 찍었습니다. 해 질 무렵이 가장 붐빕니다.

산성 위에 홀로 선 사랑나무 · 사진 한국관광공사

8. 🛕 무량사 — 김시습이 마지막을 보낸 절

2층 극락전과 오층석탑이 선 무량사 마당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남도 부여군 무량로 203

『금오신화』를 쓴 매월당 김시습이 만년을 보내고 1493년 여기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초상(보물)이 이 절에 전해져요.

밖에서 보면 2층인데 안은 위아래가 트인 한 공간인 극락전이 절의 중심입니다. 부여군 땅이지만 부여 시내보다 보령 시내에서 더 가깝습니다. 하루를 더 쓰거나 보령 쪽으로 넘어갈 때 들르는 곳이에요.


그래서, 하루 코스로 묶으면

부여 명소는 부여읍 시내에 모여 있습니다. 부소산성과 정림사지, 국립부여박물관, 궁남지가 서로 가까워 시내만 돌아도 하루예요. 백마강 건너 백제문화단지와 남서쪽 가림성은 차로 따로 갑니다.

시간대 동선
오전 부소산성 숲길 → 낙화암 → 고란사에서 황포돛배로 구드래나루
점심 구드래나루 앞 나루터로 식당가
오후 정림사지 → 국립부여박물관 → 궁남지
해 질 녘 가림성 사랑나무 (차로 이동)
하루 더 부여 왕릉원 → 백제문화단지, 또는 무량사

황포돛배는 내려오는 쪽으로

부소산을 걸어 넘어 낙화암 아래 고란사까지 간 뒤 배로 구드래나루에 내려오면 같은 길을 되짚지 않아도 됩니다. 나루에서 배를 먼저 타면 산을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야 해요.

이건 알고 가세요

항목 내용
세계유산 네 곳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부여 왕릉원, 부여 나성이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랐습니다. 공주 두 곳, 익산 두 곳과 함께 여덟 곳이 한 묶음이에요.
보는 순서 왕릉원을 먼저 보고 박물관에서 향로를 보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정림사지 돌탑과 백제문화단지 목탑을 이어서 보는 것도 좋아요.
백마강이라는 이름 소정방이 흰 말을 미끼로 용을 낚았다는 전설이 있지만 디지털부여문화대전은 사실과 어긋난 이야기로 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백제에서 가장 큰 강'이라는 뜻으로 풀어요.
연꽃 궁남지 연꽃은 여름에 핍니다. 매년 7월 부여서동연꽃축제가 열려 그때 사람이 가장 많아요.
공주와 묶기 백제는 공주(웅진)에서 63년을 지낸 뒤 부여(사비)로 옮겼습니다. 두 도시가 가까워 1박으로 묶으면 백제의 중반과 끝을 이어서 볼 수 있어요. 공주 쪽 순서는 공주 가볼만한곳 글에 정리했습니다.
요금 · 시간 수시로 바뀝니다. 황포돛배 운항 시간과 각 시설 요금은 방문 전 공식 채널에서 확인하세요.

이런 거 궁금하시죠

Q. 부여는 하루에 다 볼 수 있나요?

시내(부소산성·정림사지·박물관·궁남지)는 하루면 됩니다. 백제문화단지·왕릉원·가림성까지 넣으려면 1박이 편해요.

Q. 금동대향로는 어디서 보나요?

국립부여박물관의 '백제대향로관'에 있습니다. 나온 곳은 부여 왕릉원 옆 절터예요.

Q. 낙화암 삼천궁녀는 사실인가요?

『삼국유사』가 옮긴 옛 기록에는 '후궁들'이 떨어졌다고만 있고 숫자는 없습니다. '삼천궁녀'는 1484년 김흔의 시에 처음 나오는 표현으로, 과장으로 봐요.

Q. 아이와 가기 좋은 곳은?

궁궐과 목탑을 다시 지은 백제문화단지가 아이와 보기 좋습니다. 비가 오면 국립부여박물관이 좋아요.

Q. 군산이랑 묶을 수 있나요?

백마강은 금강의 부여 구간이고, 이 강이 서해로 나가는 곳이 군산입니다. 차로 한 시간 안팎이라 부여에서 하루, 군산에서 하루를 잡기 좋아요. 군산 쪽은 군산 가볼만한곳 글에 정리했습니다.

Q. 공주와 부여 중 어디부터 가요?

시간 순서로는 공주(475~538)가 먼저이고 부여(538~660)가 뒤입니다. 가림성 이야기가 공주 무령왕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두 도시가 맞물려 있어 순서대로 보는 편이 재미있어요. 무령왕릉 이야기는 공주 가볼만한곳 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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