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천 맛집을 검색하면 고깃집이 먼저 나옵니다. 실제로 그럴 만해요. 제천시가 '제천 명동고기로'라는 골목 브랜드를 따로 만들어 뒀습니다. 지자체가 이름을 붙여 밀 만큼 고깃집이 모인 골목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관광공사에 등록된 제천 음식점 서른네 곳의 공식 설명을 다 읽어 보니, 고기보다 자주 나오는 게 있었어요. 약재입니다.
돈가스집이 소스를 제천산 황기를 달여 만들고, 16가지 한약재로 천연조미료를 만드는 집이 있고, 토종닭 황기백숙에 한방영양정식에 한방수육쌈밥이 있습니다. 카페에서는 홍시를 한방차로 재해석해 냅니다. 서로 관계없는 집들이 그래요. 식당 메뉴에 약재가 들어가는 게 제천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닌 겁니다.
여기에 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청풍호 쪽에는 송어횟집이 몰려 있는데, 그중 한 집은 간판에 '비빔회 발생지'라고 적어 놨어요.
일곱 곳을 제가 다 가 보지는 않았습니다. 관광공사 공식 자료에 남은 내력과 대표 메뉴를 기준으로, 다른 데서는 굳이 먹을 이유가 없는 것부터 골랐습니다.
먼저 요약하면
| 장소 | 위치 | 이런 분께 |
|---|---|---|
| 🍱 수제돈가스 | 화산동 (시내) | 황기 소스 · 예약 불가 |
| 🐟 노송식당 | 화산동 (시내) | 생선 양념구이 · 백년가게 |
| 🍲 느티나무횟집 | 청풍면 (청풍호) | 송어비빔회 · 40년 |
| 🥩 고원갈비 | 의병대로 (시내) | 한우 숯불 · 골목 브랜드 |
| 🥬 산아래 | 봉양읍 | 우렁쌈밥 · 향토음식 대상 |
| 🍚 호반식당 | 모산동 (의림지 쪽) | 곤드레정식 · 단체석 |
| ☕ 카페 지구대 | 하소동 | 밥 먹고 커피 · 이야깃거리 |

화산동의 수제돈가스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북도 제천시 남산로5길 13
이 집 하나로 제천 음식이 어떤 곳인지 짐작이 됩니다. 돈가스집인데 소스를 매일 오전에 제천산 황기를 오랜 시간 달인 뒤 과일을 넣어 직접 만듭니다.
돈가스 소스는 사서 쓰는 게 당연한 물건입니다. 그걸 약재를 달여 만든다는 건, 그 재료가 동네에 흔해서 손이 갈 만하다는 뜻이에요.
돈가스 자체는 크기로 유명합니다. 성인 얼굴을 가릴 정도라고 개요에 적혀 있습니다. 남은 건 셀프로 포장해 갑니다.
알고 가야 할 게 있습니다. 예약을 받지 않습니다. 방문한 손님을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이유예요. 웨이팅을 감수하고 가야 하는 집입니다.

테이블 여섯 개쯤인 홀 · 사진 한국관광공사

밑반찬 한 상 — 생선구이는 따로 나옵니다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북도 제천시 내토로43길 5 (화산동)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증한 백년가게이고 30년이 넘은 노포입니다. 기다려서 먹는 집으로 알려져 있어요.
내륙 도시인 제천에서 생선구이집이 대표 노포라는 게 좀 뜻밖입니다. 대표 메뉴는 가자미 양념구이이고, 열기와 가오리, 황태, 병어까지 있습니다. 양념하지 않은 임연수·자반고등어·갈치·생조기 구이도 따로 있어서 취향대로 고릅니다.
사진이 밑반찬 한 상입니다. 생선구이는 따로 나오는데, 반찬만 봐도 이 집이 어떤 집인지 보입니다. 개요에 아이들이 먹기 좋게 구워져 나온다고 적혀 있는 것도 이런 집에서는 흔치 않은 언급이에요.
주차장이 따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천 시민과 관광객이 몰립니다. 차를 어디 댈지 미리 생각하고 가세요.

30년을 넘긴 홀 · 사진 한국관광공사

40년 전통을 간판에 적어 둔 느티나무횟집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북도 제천시 청풍면 배시론로 4
청풍호 비빔밥 타운에 있는 40년 전통의 집입니다. 청풍호 인근에는 송어횟집이 몰려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예요.
그런데 이 집 간판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Since 1983 — 비빔회·매운탕 발생지입니다.' 가게가 스스로 붙인 주장이라 그대로 옮깁니다만, 적어 둘 만큼의 자부심은 읽힙니다.
송어비빔회는 송어회를 그냥 먹지 않고 콩가루와 마늘, 참기름, 당근, 깻잎, 양배추, 오이, 고추냉이를 초장에 함께 버무려 먹습니다. 비빔회를 먹고 나면 뼈해장국이 나옵니다.
재밌는 건 충주 맛집 글을 쓸 때입니다. 관광공사 자료가 '송어비빔회는 충주 동량면에서 먹어야 제맛'이라고 적고 있었어요. 충주호와 청풍호는 같은 물입니다. 같은 물을 두고 두 도시가 같은 음식을 두고 겹치는 셈이죠.
숯불 마늘 떡갈비와 향어 비빔회, 쏘가리 매운탕도 있고 두부전골과 도토리묵, 감자전 같은 것도 냅니다. 룸이 여러 개라 단체도 됩니다.

간판에 'Since 1983 · 비빔회·매운탕 발생지'라고 적혀 있습니다 · 사진 한국관광공사

한옥을 개조한 고원갈비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북도 제천시 의병대로15길 5
제천 시내에 '제천 명동고기로'라는 골목이 있습니다. 그냥 고기 골목이 아니라 제천시가 개발한 골목 브랜드예요. 지자체가 이름을 붙여 밀 만큼 고깃집이 모여 있는 자리라는 뜻입니다.
고원갈비는 그 골목에서 한우 숯불구이를 하는 집입니다. 2002년부터 하고 있고, 한옥을 개조해 만들어서 사진처럼 외관이 좀 다릅니다. 방이 있어서 손님을 대접하거나 조용히 먹기에 맞습니다.
대표 메뉴는 '고관대작'이고 양념 왕갈비와 한우 육회, 돼지갈비가 있습니다. 식사로는 냉면과 해장국이 나옵니다.

봉양읍의 산아래 — 간판에 '유기농쌈밥'이 붙어 있습니다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앞산로 174
방송에 나온 집인데 그보다 눈에 걸리는 이력이 있습니다. 충북 향토음식 경연대회 대상이에요. 지역 음식으로 상을 받은 집이라는 뜻입니다.
대표는 우렁쌈밥입니다. 간이 세지 않은 우렁된장에 표고버섯조림, 묵은지, 황태포무침, 나물류가 함께 오릅니다. 오징어와 더덕이 나오는 오덕쌈밥, 한방수육쌈밥, 두루치기쌈밥도 있어요.
'한방수육쌈밥'이 메뉴에 있는 게 이 동네답습니다. 쌈밥집에서 흔히 보는 이름이 아니죠.
홀에 재봉틀과 절구 같은 옛 물건을 늘어놓고 벽에 유기농 농산물을 쓴다는 안내를 걸어 뒀습니다. 좌식 상이라 어르신들과 가기에 편합니다.

좌식 상과 옛 물건들이 놓인 홀 · 사진 한국관광공사

의림대로변의 호반식당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북도 제천시 의림대로 558
1998년에 문을 열었고 곤드레밥과 청국장을 한 번에 먹는 곤드레 정식이 대표입니다.
이 집에서 눈여겨볼 건 반찬입니다. 개요에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10여 가지 반찬이 함께 나온다고 적혀 있어요. 반찬 가짓수를 세는 집은 많은데 계절마다 바꾼다고 밝히는 집은 드뭅니다.
칼칼한 청국장과 직접 담근 된장으로 만든 된장찌개, 국내산 콩으로 빚은 두부를 콩기름에 살짝 데친 두부구이가 별미로 꼽힙니다. 여름에는 냉콩국수를 냅니다.
제천 IC에서 가깝고 의림지와 교동민화마을이 근처입니다. 의림지를 보러 가는 날 점심으로 걸립니다.

호반식당 · 사진 한국관광공사

'지구대' 표지석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 사진 한국관광공사
주소충청북도 제천시 용두대로17길 4 (하소동)
용두동 파출소가 이전하면서 비게 된 건물을 원래 모습 그대로 쓰는 카페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지구대' 표지석이 그대로 서 있어요.
디테일이 재밌습니다. 경찰 신고번호 112에 맞춰 1월 12일에 문을 열었고, 진동벨은 워키토키 모양입니다.
카페 안에 철창으로 된 문이 하나 있는데 과거 총기를 보관하던 방입니다. 지금은 화장실과 2층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됐어요.
커피는 화사한 쪽과 고소한 쪽, 두 가지 원두를 모든 메뉴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직접 구운 스콘도 냅니다. 밥을 먹고 이야깃거리가 있는 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갈 자리입니다.

카페 지구대 ·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천은 시내와 청풍호가 차로 30분 넘게 떨어져 있습니다. 의림지는 시내 쪽, 청풍호는 남쪽이에요. 어느 물을 보러 가는 날이냐가 밥집을 정합니다.
| 시간대 | 동선 |
|---|---|
| 아침 | 제천역 근처 — 보령식당(50년 3대째 장칼국수) 또는 청진동해장국. 둘 다 24시간입니다 |
| 점심 | 시내 — 수제돈가스(황기 소스) 또는 노송식당(생선 양념구이) |
| 오후 | 청풍호로 넘어가며 느티나무횟집 송어비빔회 |
| 저녁 | 시내로 돌아와 명동고기로 — 고원갈비 한우 숯불 |
| 커피 | 하소동 카페 지구대, 또는 청풍호가 보이는 글루글루 |
청풍호에 가는 날이라야 송어비빔회가 됩니다
메뉴를 먼저 정해 놓고 움직이면 하루가 도로에서 갑니다. 어디를 볼지 먼저 정하고 그 권역에서 고르세요. 의림지를 보는 날이면 호반식당이 길목에 있고, 청풍호를 보는 날이면 느티나무횟집이 그 자리에 있습니다. 시내에만 머무는 날이면 수제돈가스와 노송식당, 명동고기로가 다 걸어갈 거리입니다.
| 항목 | 내용 |
|---|---|
| 예약이 안 되는 곳 | 수제돈가스는 예약을 받지 않습니다. 노송식당은 기다려 먹는 집으로 알려져 있고 주차장도 없습니다. 이 두 집은 시간을 넉넉히 잡으세요. |
| 조리에 시간이 걸리는 곳 | 백숙은 대개 한 시간쯤 걸립니다. 1979년에 문을 연 [백년가게]동원가든의 토종닭 능이백숙이 그렇고, 월악산장도 사전 예약을 권합니다. |
| 약재를 제대로 보려면 | 봉양읍 명가박달재는 16가지 한약재를 달여 만든 천연조미료로 약선요리를 냅니다. 관광공사에 등록된 사진이 없어 본문에는 넣지 못했지만, 이 글의 주제에 가장 맞는 집입니다. |
| 이른 아침과 늦은 밤 | 제천역 근처 보령식당은 50년 넘게 3대째 하는 장칼국수집이고 연중무휴 24시간입니다. 청진동해장국도 24시간입니다. 둘 다 사진이 없어 본문에서 뺐습니다. |
| 사진 때문에 뺀 곳 | 제천시락국은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나온 시래기밥집인데, 관광공사 대표 사진에 다른 블로그 워터마크가 박혀 있어 쓰지 못했습니다. 의림지 근처라 위치는 좋습니다. |
| 요금 · 영업시간 | 이 글에는 넣지 않았습니다. 자주 바뀌고 틀리면 헛걸음이 되니까요. 방문 전에 각 식당 공식 채널에서 확인하세요. |
Q. 제천에서 꼭 먹어야 하는 게 뭔가요?
다른 데서 먹기 어려운 것부터 꼽으면 송어비빔회와 곤드레정식, 그리고 약재가 들어간 음식입니다. 제천 음식점 개요를 읽으면 황기와 한약재, 능이가 반복해서 나옵니다.
Q. 송어비빔회는 충주랑 제천 중 어디가 원조예요?
관광공사 자료는 '충주 동량면에서 먹어야 제맛'이라고 적고, 제천 청풍호의 느티나무횟집은 간판에 'Since 1983 비빔회 발생지'라고 적어 놨습니다. 충주호와 청풍호가 같은 물이라 두 도시가 겹치는 셈입니다. 저는 판정할 자리에 없고, 양쪽 다 그 물가에서 40년쯤 해 온 집들이 있습니다.
Q. 황기가 왜 제천 음식에 들어가나요?
공식 개요는 '제천산 황기'라고만 적고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서로 관계없는 여러 집이 황기와 한약재를 쓰고 있어서, 그 재료가 동네에 흔하다는 건 짐작이 됩니다.
Q. 고깃집은 어디로 가면 되나요?
시내 '제천 명동고기로'로 가세요. 제천시가 만든 골목 브랜드라 한 골목에 고깃집이 모여 있습니다. 그중 고원갈비는 한옥을 개조한 집이라 분위기가 다릅니다.
Q. 아이랑 가기 좋은 곳은?
노송식당은 생선구이를 아이가 먹기 좋게 구워 낸다고 개요에 적혀 있습니다. 수제돈가스도 무난하지만 예약이 안 되고 웨이팅이 있어 아이가 지칠 수 있습니다.
Q. 의림지 보고 근처에서 먹으려면요?
호반식당과 제천시락국이 의림지 쪽입니다. 곤드레정식이나 시래기밥으로 가볍게 먹기 좋습니다. 의림지 이야기는 제천 가볼만한곳 글에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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